하루 왕복 세 시간 정도가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자, 사택으로 들어온지 3일째다.
하루 세 시간이 더 생기니,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 좋긴 한데.. ^^ 캄보디아 생활이 오버랩되는건 왠지;
시드니를 여행하며 느낀것인데,
지역이나 나라, 장소가 어디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내 성향대로 살게 된다는 것이었다. ^^
<숙론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문장들>
1부. 숙제- 재미있는 지옥, 대한민국의 난제들.
-오랜 숙고 끝에 얻은 결론은 싱겁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는 게 내가 얻은 결론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소통이란 조금만 노력하면 잘되리라 착각하며 산다.
-소통은 협력이 아니라 밀당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소통은 당연히 일방적 전달이나 지시가 아니라 지난한 숙론과 타협의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2부. 교육 - 같은 견해와 다른 견해를 알고 사랑하는 시간들.
-나는 그런 책 읽기를 '취미 독서'라고 부른다. 나는 취미 독서보다 '기획 독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독서가 진정한 독서다. .. 독서는 '일'이다. 그래서 빡세게 해야 한다.
-나는 배우는 줄도 모르며 즐기다 보니 어느덧 깨우치는 공부가 가장 바람직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왜 배우는지 알면 스스로 익힌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만나는 대학 총장님마다 어쭙잖은 제안을 드렸다.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을 1년, 아니면 단 한 학기라도 학교에 못 오게 하자고. 고등학교 시절 거의 내내 입시 준비를 하느라 세상을 경험할 기회조차 없었던 아이들에게 세상을 배우고 느끽 하자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사회에 도움이 될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난 다음 대학 공부를 하게 만들자고. 그럴리 없겠지만, 내게 만일 대학 운영을 책임지는 직책이 주어진다면 꼭 실행에 옮기고 싶다.
-하버드대 기숙사 사감으로 7년을 지낸 나는 잘 안다. 하버드대가 왜 굳이 고어와 존스같은 룸메이트 조합을 기획하는지. 고어와 고어가 룸메이트가 되면 고어는 고어의 원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고어가 존스와 부대끼며 살았기 때문에 훨씬 통 큰 세계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 존스에게도 마찬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그가 또 다른 존스가 아니라 고어와 한 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역시 할리우드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섞여야 새롭고 아름다워진다.
3부. 표본-앵무새 대화와 헛소리를 하지 않는 본보기들.
-하버드생-암기보다 질문한다.
4부. 통섭-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시나리오들.
-4차산업혁명이 몰고올 격변이 두려운 이유는 바로 연결성에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개발해온 거의 모든 기술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 어떤 변화가 어떤 분야로부터 촉발될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통섭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늘 추구해온 지나친 '선택과 집중'은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균형 잡힌 평가가 절실합니다. 엄청난 불확정성의 시대에 평형을 찾으라는 게 이 위원회의 임무일 것입니다.
5부. 연마- 바람직한 숙론을 이끄는 기술들
-특히 숙론이 생각만큼 잘 굴러가지 않으면 무조건 작은 모둠으로 쪼개라는 가르침은 나는 물론 그때 함께 참여한 대학원생 모두에게 평생토록 써먹을 유용한 배움이었으라 확신한다. 왠지 모르게 겉도는 숙론 모둠을 너댓 명 단위의 작은 모둠으로 나눠 단 10~30분이라도 따로 모였다가 다시 모이면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살아난다. 작은 모둠으로 나누면 거의 모든 참여자가 발언 기회를 얻고 일단 한번 얘기해본 주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참여자 수가 늘어나도 훨씬 더적극적으로 발언하게 된다. 작은 모둠에서는 대개 전체로 다시 모였을 때 자신들을 대표해 숙론 내용을 발표할 대표 보고자를 선임한다. 이런 '헤쳐 모여' 식 숙론을 해보면 물론 대표보고자가 보고를 하더라도 다른 참여자들도 놀랍도록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 기법을 참으로 많이 실전에 접목했고 단 한 번도 실망해본 적이 없다.
<읽으며 생각한 것들>
1. 하버드대 기숙사가 성향과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을 룸메이트로 엮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 나오는 하버드대 기숙사를 보면서 왜 1인실을 만들지 않고, 저렇게 좁은 곳에서 여러명의 룸메이트를 두는 걸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버드는 더 큰 그림을 그리는구나. 서로 다른 배경과 강점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일때 큰 시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하버드는 알고 있구나.
대학교때 그룹과제가 참 싫었는데, 그룹과제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칠때도, 서로 다른 성향의 학생들이 골고루 모이도록 모둠을 구성하고 활동을 하게해야겠다.
이게 하버드식 교육이라면서..ㅋ
2. 작은 모둠으로 나누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전체로 다시 모여 숙론을 하는 방법을 서툴러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둠으로 나누어 활동하라고 하면 왠지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것 같아 전체학습으로 했던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을 믿고, 작은 모둠으로 숙론(왠지 나는 이 단어가 아직도 낯설다.)하게 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3. 소통은 원래 안되는게 정상이다. 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것도 자꾸 연습하고 훈련하면 합의에 이르는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즐겁고 유익하다는 것을 참여한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누가 옳은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숙론을 통해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4. 회의 기술도, 회의를 하다보면 늘 것이다. 크고 작은 모임들과 회의 가운데에서 '누가'가 아니라 '무엇이 최선인가'를 늘 생각해야겠다.
5. 숙론을 위해서는 편안한 분위기가 가장 필요한것 같다. 직급이 다를때 그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이 되는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그럴때도 4명씩 소그룹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다시 모인다면 이야기의 물꼬가 트일것 같다.) 혹시 어느 연수를 하게되거나 수업에서도, 이 과정을 꼭 활용해 보고 싶다. 기억해 두어야지.
*. debate는 논쟁. discussion은 토의, discourse 는 숙론.
토론이나 토의의 '토'는 한자어로 '칠 토'로 공격하다, 두들겨패다, 비난하다, 정벌하다의 의미를 품고 있어서, 최재천 교수님은 토론 대신 숙의, 숙론이라 부르기를 제안한다. 이것을 영어로 discourse 라고 했고, serious discussion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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