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기]

캄보디아 킬링필드 방문. 그리고 책. First they killed my father.

민들레 씨앗 2025. 2. 7. 19:43

캄보디아에 머무를 날이 열흘 정도 남았다.
한국으로 가기전, 나 스스로에게 준 과제는 책 [First they killed my father] (written by Loung Ung)을 완독하는 것이었다.
크메르 루즈의 대학살 시기에 살아남은, 다섯살부터 아홉살까지 바라본 기억을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이 책을 바탕으로 직접 감독이 되어 캄보디아의 대학살을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며칠전 마침내 책을 다 읽고,
프놈펜에 있는 청아익 킬링필드 대학살 센터를 다녀왔다. 

 


1. 프놈펜 청아익 킬링필드 대학살 센터 (Choeung Ek Genocidal Center)

캄보디아 프놈펜 청아익 킬링필드 중앙의 위령탑
킬링필드 입장료는 $6이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함께 제공된다.
따로 가이드가 필요 없고, 이 번호가 적힌 곳에서 해설이 잘 나온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각 번호를 순서대로 따라가면 된다.
대부분의 건물은 무너지고 없고, 터만 남아 있다. 제일 처음, 처형당할 사람들을 태운 트럭이 멈춘 장소부터 가이드 설명이 시작된다.
희생자들의 옷가지들. 책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아끼던 엄마가 주신 빨간 드레스를 태우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곳은 너무 아픈 곳. 여성과 아이들의 시체가 무더기로 발견된 곳이다. 크메르루즈는 아이들을 저 나무에 쳐서 ,,, 희생시켰다고 한다.
이 동상에서 아이가 정말 말라서 갈비뼈가 보일듯한 것이 가장 가슴아팠다. 책에서 보면 당시 시골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한다.
크메르 루즈의 참상을 기록한 생존자 Loung Ung의 책. 안젤리나 졸리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감독이 되어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사건을 영화로 제작하였다.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가족이 갑작스럽게 시골로 강제 이송되고, 극심한 굶주림을 겪고, 가족이 죽었으며 끔찍한 일들을 겪게 되었다.
중앙의 위령탑에는 이곳에서 발견된 수천구의 유골이 보관되어 있다. 유골이 더 있지만, 위령탑의 자리가 모자라 더이상 발굴하지 않는다고 한다. 위령탑은 17층인데, 크메르루즈의 집권이 시작된 1975년 4월 17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2. 책 이야기[First they killed my faather_ A daughter of Cambodia Remebers] by Loung Ung
 
1) 여러번 멈출 수 밖에 없던 책
 
읽으며 여러번 눈물을 삼켜야했기에 여러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너무너무 슬픈 장면이 많았는데,
 
가장 슬픈 장면은 아버지가 론놀 정권의 관료였던 것이 밝혀져 붙잡혀 가던 날이다. 

'They know.' I overhear Pa whisper to Ma late one night. 
....

The next evening, I see two men in black walking towards us with their rifles casually hanging on their backs. 
'Is your father here?' one of them asks us.
'Yes,' Kim answers. Pa hears them and comes out of the hut, his body rigid as our family gathers around him.
'What can I do for you?' Pa says.
'We need your help. Our ox wagon is stuck in the mud a few kilometers aways. We need you to help us drag it out.'
'Could you please wait for a moment so I can talk to my family?' 
The soldiers nod to Pa. Pa and Ma go inside the hut. Moments later, Pa comes out alone. Inside, I hear Ma sobbing quietly.
...


I wake up the next morning to see Ma sitting on the steps. Her face is swollen and she looks like she has not slept all night. She is crying softly to herself and is miles away.
'Ma, is Pa back yet?' Not anwering me, she squints her eyes and continues to look at the path that took Pa away.

 
2) 슬프고 충격적이 일은 너무 많았다.
 
언니가 노동을 하다 죽는 일
아버지가 그렇게 끌려간후 돌아오지 않은 일
크메르루즈의 마지막 2달을 남기고 어머니와 막내동생이 죽은 일
고작7살 여자아이가 증오심을 살아가는 이유로 삼은 일
7살 여자아이가 죽어를 외치며 총과 무기를 훈련 받는 일
피난을 가던 친구가 바로 옆에서 폭탄을 맞고 처참한 상황을 보는 일
베트남이 밀고 들어와 크메르루즈가 쫓겨나자 남은 자들을 복수심에 처형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9살
배가 너무 고파 키우던 강아지가 있으면 잡아먹었을거 같다는 일
강에 물을 길으러 갔는데 시체가 있어서 물을 긷기 위해 떠밀어 보내는 일
먹을 것이 없어서 오빠가 .. 크메르루즈관료의 아이들에게 매를 맞으며 얻어오는 양식을 먹어야 했던 일
너무 배가 고파서 가족의 쌀을 훔쳐 먹을수밖에 없던 일
먹을것이 없어 굶어죽을 지경에 파리를 쫓을 수도 없던 아이들
 
슬프고 슬프고 슬픈 기록이었다.
 
3) 기록의 힘
 
킬링필드에서 오디오 가이드에는, 생존자의 이야기도 들을 수가 있는데,
한 생존자는 자신이 깨어진 유리 같다고 했다.
그 유리를 붙이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얼마전 읽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의 박완서 작가님처럼,
누군가는 이렇게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역사는 이야기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킬링필드의 현장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더 생생한 고통을 느꼈다.
 
역사의 기록에는 감정이 없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는가는 다른 것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느꼈던 고통과 감정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4) 무력은 결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오디오 가이드의 증언과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무력은 결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일시적으로 억압할 수 있으며, 억지로 하게 할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일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이다.
 
Loung (책의 저자)은 일곱살에 크메르루즈 어린이 캠프에서 무기를 사용하며
베트남사람들을 향해 죽어라고 외치며 훈련 받지만, 그 마음속에는 '폴포트'를 향한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가득했다.
 
5) 사람을 움직이는 것.
 
크메르루즈들은 어떻게 폴포트를 그렇게 따랐을까
의문이다. 어떻게 그럴수 있나.
폴포트가 제시하는 이상국가가 정말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정말 나라를 위해서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을까?
 
오디오 가이드에 증언에 따르면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라고 말한다.
학폭에서 '안그러면 내가 따돌림당하니까.'라는 말이 생각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용기가 있는가?
 
오디오 가이드의 한 생존자는,
당시 열 세살쯤이었는데,옆에 어른이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이곳에 있으면 안된다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얼마뒤 아이는 풀려났으나, 그는 돌아보니 그 어른이 자기의 목숨을 걸고 자신을 살려준 것이었다고 했다. 
 
이름도 모르고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그나 그의 가족에게 감사표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킬링필드를 방문한 모든이들에게 그의 용기를 들려주게되었다. 

 
 
두려움이 행동의 동기가 되는가.
아니면 
신념이 행동의 동기가 되는가.
 
 
3. Epilogue
 
오전에 킬링필드를 다녀오고 나서
오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온몸이 아팠다.
감정을 추스르기가 참으로 어려운 하루였다. 
 
관광 목적으로 갈만한 곳은 아니다.
(단체관광객들이 오기는 했지만)
즐거운 여행 일정보다는
캄보디아를 조금 더 이해하고 아픔을 덜어주려는 마음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이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폴포트와 크메르루즈. 캄보디아의 근대사에 대해 궁금하시면 제가 전에 기록했던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graceofkorea002.tistory.com/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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