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독서 리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싱아가 도대체 무엇인고??;;

민들레 씨앗 2025. 1. 25. 17:39

 


오랜만에 책 리뷰를 올립니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고, 휴식이 필요하기도 해서, 푹풍같이 일을 했고, 또 일이 끝난후에는 며칠 푸욱 쉬었습니다. 
쉬면서 읽었던 책입니다. 어렸을때부터 정말 많이 봐왔던 제목인데, '싱아'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던 그 책이에요. ^^
 
 
<책 요약>
 
1. 박완서 작가님의 자전적인 소설
 
2. 줄거리: 나(박완서)는 일제 강점기 시대인 1931년 박적골에서 태어나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박적골의 두 양반집중의 하나인 할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냄.
어머니가 공부를 시키려고 서울로 오빠를 데리고 떠나 조부모님과 어린시절을 보냄.
하지만 곧 엄마가 나도 서울로 데리고 가서 학교에 가게되고,
1950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6.25전쟁이 터짐.
그 동안 가족이 겪은 모습을 나(박완서)의 시선으로 쓴 자전적인 소설.
 
3. 시대적 배경: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1945년 해방되고 1950년 6.25가 일어나며 1951년 1.4후퇴하는 중의 한 가정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려놓았다.  
 
<느낀점>
 
1. 외국 소설만 읽다가 오랜만에 한국인에 의한 한국적인 소설을 읽으니 술술 읽혔다(아마도 작가님의 필력 덕분이겠지)
 
2. 일제 강점기 시대, 창씨개명, 친일파, 6.25전쟁, 1.4후퇴 등등 역사공부에 외우기만 했던 용어들에 대해,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3. 싱아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의 제목은 몇십년전부터 아주 어렸을때부터 보아온것 같다. '싱아'가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었는데, 먹을 수 있는 풀의 이름이었다. 어렸을 적 박적골의 생활을 회상하며 '나'는 싱아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나도 누가 볼세라 몰래 그 꽃(아카시아)을 한 송이 먹어보았더니 비릿하고 들척지근했다. 그리고는 헛구역질이 났다. 무언가로 입가심을 해아 들뜬 비위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끊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콜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안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와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p.82

 

(네이버 이미지 검색결과: 싱아)

 
4. 싱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어린시절 '박적골'에서의 생활을 무척 좋아했고, 그리워했다. 늘 자연속에서 뛰어놀던 그 시절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싱아'일 것이다. 
어리기도 했지만, '나'를 누구보다 아껴주는 할아버지가 계셨고, 친구들과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자연속에서 놀았고, 뒷간의 도깨비조차 무섭지 않고 유쾌한 도깨비로 기억되었다.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니까 우리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농사꾼이 곡식이나 푸성귀를 씨 뿌리고, 싹트고, 줄기 뻗고, 꽃피고 열매 맺는 동안 제아무리 부지런히 수고해봤자 결코 그것들이 스스로 그렇게 돼가는 부산함을 앞지르지 못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삼시 밥 외에 군것질 거리와 소일거리를 스스로 산과 들에서 구했다. 삘기, 찔레순, 산딸기, 칡뿌리, 메뿌리, 싱아, 밤, 도토리가 지천이었고, 궁금한 입맛뿐 아니라 어른을 기쁘게 하는 일거리도 많았다. 산나물이나 버섯이 그러했다. 특히 항아리 버섯이나 싸리 버섯은 어찌나 빨리 돋아나는지 우리가 돌아서면 땅 밑에서 누가 손가락으로 쏘옥 밀어 올리는 것 같았다. 
p.29.

 
그러다 어머니는 딸이 '신여성'으로 자라야 한다며 서울에서 학교를 보내기 위해 서울 '현저동'으로 '나'를 데리고 온다. 서울에서도 산비탈의 꼭대기 마을에 살아서 학교 갈때는 숲길을 지나야 했지만, 서울의 숲에는 싱아가 하나도 없었다. 싱아가 없는 서울. 자연이 있어도 사랑했던 박적골의 숲과는 다른 숲.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싱아가 사라진 공간. 새로운 공간의 나를 자각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5. 복순이와 도서관
 
늘 친구 없이 지내다 5학년때 처음 사귀게 된 친구, 전학생 '복순이'. 복순이의 권유로 처음으로 도서관을 가게 된다. 책이란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 5학년때부터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습관들이 그녀를 서울대학교 문리대로 이끌지는 않았을지. 그리고 작가라는 길로 인도하지 않았을까. ^^ 
 

그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꿔본 별천지였다.

그날 처음 빌려 본 책이 '아아, 무정'이라는 제목으로 아동용으로 쉽게 간추려진 '레미제라블'이었다. 물론 일본말이었고 삽화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 읽는 재미에다 황홀감을 더해주었다. 간추려졌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두께의 책이어서 도서관을 닫을 시간까지 속독을 했는데도 다 읽지 못했다. 대출은 허락되지 않았다. 못다 읽은 책을 그냥 놓고 와야 하는 심정은 내 혼을 거기다 반 넘에 남겨놓고 오는 것과 같았다. 미칠것 같다고 해도 과장아 아니었다. 

 엄마는 내가 공일날마다 도서관에 가는 것을 덮어놓고 기특해했고 오빠는 내가 공부하러 가는게 아니라 동화책을 읽으러 간다는 걸 알았지만 도서관에 비치된 책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말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공일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 한 권씩 읽는 건 내 어린 날의 찬란한 빛이 되었고, 복순이와 나는 더욱 단짝이 되었다. 
pp.142-143

 
 
6. 그때 문득
 

독립문까지 환히 보이는 한길에도 골목길에도 집집마다에도 아무도 없었다. 이 큰 도시에 우리만 남아 있다. 이 거대한 공허를 보는 것도 나 혼자뿐이고 앞으로 닥칠 미지의 사태를 보는 것도 우리 뿐이라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그때 문득 막다른 골목까지 쫓긴 도망자가 휙 돌아서는 것처럼 찰나적으로 사고의 전환이 왔다. 나만 보았다는데 무슨 뜻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만 여기 남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약한 우연이 엎치고 덮쳤던가.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가 있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조금밖에 없는 식량도 걱정이 안 됐다. 
p.283

 
이것은 마치 빅터프랭클 박사의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태도'라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피난길에 오르며, 다친 오빠를 실은 수레를 끌고 온 가족이 피난을 제대로 갈 수 있을지 보이지 않는 상황속에서, 문득 '사고의 전환'을 했다. 그것이 아마도 박완서님을 살렸을 것이고,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했을것이다. 
 
7. 공간과 환경의 변화 
 
이 소설에서는 
공간이 많이 변한다.
 
'나'는 이사를 많이 다닌다. 
 
시대 상황이 그러했다. 
싱아가 많던 공간, 싱아가 없는 공간, 아예 모든것이 무너지는 공간, 아무도 없이 텅빈 도시 공간
 
박적골, 서울 현저동, 송도, 개성, 서울, 큰외숙부댁, 작은외숙부댁, 도서관, 학교, 숲길, 엄마가 자주 이사를 다닌 모든 집들.
 
공간은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공간에 대한 자신의 태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8.개인적인 반성
 
나는 캄보디아에서의 3년을 어떻게 돌아보는가?
이곳에서의 삶이 쉽지 않았고 많이 힘들었다. 
한 선생님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재밌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것은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였을 것이다. 
힘든 점이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때 문득' 같은 사고를 전환하는 태도가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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