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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 자전거 여행. 속도에 관하여. 본문

[여행 일기]

씨엠립 자전거 여행. 속도에 관하여.

민들레 씨앗 2024. 10.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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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앙코르와트 가는 길. 표지판
여기가 시내에서 일직선으로 쭉 달려와서 해자를 처음 만나게되는 갈림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숲길이 정말 시원했다.
씨엠립은 프놈펜과 달리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다.
앙코르와트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저기 뒤에 앙코르와트가 보인다.

 

세 번째 씨엠립 여행이다.
씨엠립에서 꼭 해보고 싶던 것이 바로 자전거 여행.
 
하루 자전거 대여료는 $3.
시내에서 앙코르와트까지는 약 7km.
앙코르와트까지의 길은 직선도로에, 양옆에 가로수가 가득한 길이다. 
 
첫번째 시엠립 여행에서 아침에 툭툭을 타고 가는 그 숲길이 너무 시원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꼭 여행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사실, 어느정도 걸릴지, 갈 수 있을지, 계속 가다가 돌아올 수는 있을지 고민되었지만,
가다가 너무 힘들면, 툭툭 불러서 자전거를 싣고 돌아올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정말 씨엠립 여행에서의 최고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멋진 라이딩이었다.
 
마운틴 바이크도 아니고,
바구니가 달린 시티바이크여서
속도도 많이 낼 수 없었지만,
 
천천히,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나의 속도로 여행을 했다.
 
이 뜨거운 캄보디아에서 자전거라이딩이라니? 하겠지만,
10m는 넘는 가로수들이 만들어내는 그늘들과
우기만의 특권인 수시로 만들어지는 구름들에
제법 시원한 라이딩이었다.
그리고, 프놈펜과 달리, 씨엠립에는 자전거도로가 제법 잘 되어 있었다.
 
한 번 크게 넘어져서 다리에 멍이 들기도 했고,
그래도 뜨거운 햇볕 덕분에 손과 목이 까매졌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무릎이 시큰시큰 아리지만,
나는 다음날에도 또 한번 라이딩을 했다.
다리의 피로를 이겨낼만큼, 
그 순간들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아마, 하루를 더 머물렀다면, 나는 또 자전거를 탔을것 같다.
 
아픈 다리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자전거를 계속해서 타고 싶었다.
 
시원하게 뻗은 일자 숲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순간은, 
캄보디에서 느낀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
 
 
 

시내에서 앙코르와트까지 라이딩 기록


씨엠립에서 앙코르와트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면
나에게는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것은 옆으로 쌩쌩 나를 앞서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을 
무심히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한 일이다. 
 
나무 그늘이 있다해도,
온몸이 땀 범벅이되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허리도 아파오기 시작한다. 
 
옆으로는 또다시 자동차가 씽 하고 지나간다.
 
그런데,
나는 괜찮았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여행방식.
내가 행복을 느끼는 여행.
 
나는 달리는 차안에서 느끼는 에어컨 바람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숲속의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이 여유는 
어쩌면, 내가 차를 타고서 그 도로를 이미 여러번 달려보았기 때문에 생긴 여유인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재밌는 것은
쁘춤번 연휴로 인해 엄청난 캄보디아 사람들이 앙코르와트를 찾아서
입구쪽 도로가 엄청나게 막혔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나는 그 차들 사이로 가장 빠르게 앙코르와트 가는 길을 지나갈 수 있었다.
 
어느것을 타고 있느냐가 항상 같은 속도를 만들지 않는다.
가장 느릴것 같은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이 되는 순간도 있는 법이다. 
 
 

너무 좋아서 다음날 또 자전거를 타고 앙코르와트까지 갔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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