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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존 윌리엄스) 리뷰. '넌 무엇을 기대했나?' - 돌처럼 차갑고 무심하고 단단했던 스토너의 삶을 들여다보며, 본문
[스토너](존 윌리엄스) 리뷰. '넌 무엇을 기대했나?' - 돌처럼 차갑고 무심하고 단단했던 스토너의 삶을 들여다보며,
민들레 씨앗 2024. 9. 8. 22:11어제 토요일에는 허리가 좀 아파서 어디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집에서 쉬면서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스토너].
미국 작가 존 윌리엄스의 소설입니다.
(출간 50년이 지나서야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미국에서 역주행한 책^^)
이 책을 알게된 것은,
개그맨에서 사업가이자 작가로 변신한 고명환 님의 책을 읽고나서였습니다.
고명환님의 책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에서 이 책을 참 좋게 이야기를 하길래, 어떤 소설인지 참 궁금했었습니다.
1. 처음 1/3 읽은 것은 아마도 두달전쯤? 그리고는 책을 한동안 덮었더랬습니다.;;
왜냐하면, 정말 지루하고, 정말 재미없었거든요.
(이후에는 책 내용에 대한 스포가 있어요.)
-스토너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게 답니다-
시골출신 스토너가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오고,
대학을 갔다가,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부잣집 딸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
대학에서 가르치다 연애(?)도 하고,
이별하고,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대학원에서 이상한 학생을 만나서 민원을 받기도 하고,
학과장에게 미움을 받아 부당한 시간표를 배당받기도 하고,
정년까지 있다가 퇴직할즈음
암에 걸려서 죽게되는 이야기에요.
사실 스포라고할만한.. 큰 사건도 없는
한 보통 사람의 일생을 주욱 보여주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내용이 그렇다는것이 스포..;ㅋㅋ)
2. 어제 나머지 2/3를 읽으면서는 그래도 좀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왜냐하면,
읽으면서, 스토너는 왜이러지? 왜 반항하지 않지? 왜 화내지 않지? 왜 소리치지 않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
중간중간, 혹시 아내 이디스와 로맥스 교수가?? 의심을 하며 읽었는데, 아무일도 없었고,
(어쩌면 있었는데 스토너입장에서는 몰랐던것이기에 기록이 안된것인지도 모릅니다.)
또 혹시나 친구, 고든 핀치는 앞에서는 이렇게 친구이지만, 뒤에서는 로맥스 교수와 한패인가? 싶었는데, 그런 일도 없었어요.
(어쩌면 맞는데 스토너입장에서는 몰랐던것이기에 기록이 안된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에 빠지게 된 시간 강사 캐서린과의 관계때문에, 혹시나 대학에서 쫓겨나지는 않을까? 어떤 폭풍을 맞게될까? 했는데,
캐서린은 떠나게 되고, 그 이후 스토너는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캐서린에게는 폭풍같은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아내 이디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을 보며, 이디스와 아버지 사이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나? 했는데 아무일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있었는데 스토너입장에서는 관심없었기에 기록이 안된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내 이디스가 갑자기 머리를 자르고 짧은 치마를 입고 스타일을 바꾼 후에, 아내가 갑자기 연극일을 한다고 할 때에도 아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게 아닐까? 했는데, 역시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있었는데 스토너입장에서는 신경쓰고 싶지 않았기에 기록이 안된것인지도 모릅니다.)
워커라는 학생으로 인해 징계를 받을수 있을 곤란해질뻔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했지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 학생을 지나치게 보호하려 했던 학과장과의 어색한 관계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있었는데 스토너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기록이 안된것인지도 모릅니다.)
3. 마지막에 스토너가 죽음의 순간에서 계속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
"넌 무얼 기대했나?"
는 어쩌면, 책을 읽는 나에게 던지는 작가의 질문 같기도 합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다른 일반적인 소설들처럼 '위기'와 '사건'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보통의 소설에 있기 마련인 발단-전개-절정-결말의 구조와 다르게
이 소설에는 큰 위기도 큰 절정도 없습니다.
잔잔한 일상속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그것을 참으면서 모든 위기들에 무심한듯 넘겨버리는 스토너의 삶이 나옵니다.
4. 이 소설의 시대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스토너가 대학을 다닐때 친구 한 명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그가 대학교수로 있을 동안 제2차 세계대전이 또 일어나고요. 그래서 강의시간에 군데군데 빈자리가 생깁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인물들의 공허한 눈동자가 자꾸 떠올려져서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삶의 열정이 없는듯한 공허한 눈빛들이 가득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같았어요.
공허한 눈빛. 그래서 저는 이 소설의 이미지가, 차갑고 무서웠어요.
5. 뜨거울것 없는 잔잔한 삶 같아보여도,
그러나 그 속에서도 스토너는 자신의 연구를 열심히 했고, 학생들을 책임감있게 지도했으며,
문제제기 학생 워커에 대한 심사를 할 때에도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스토너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소신이 옳음을 멋지게 증명해내기도 합니다.
남이 볼 때는 정말 소소하게 살아가지만,
윗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대로 살아가는 멋진 사람이기도 합니다.
학문의 성과도 좋고, 수업도 열심히 하며 학생지도에도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6. 무관심과 관심
스토너는 보통 흘러가는대로 주변 사람들이 하는대로 내버려둡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수용해주는 포용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평이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것은 한편으로는 무관심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유일하게 그가 강하게 주장하는 일은 실력이 안되는 학생을 박사과정에 입학시킬 수 없다는 교수로서의 책임과 양심에 따른 주장을 할 때 였습니다. 스토너는 늘 연구에 대한 열심이 있었습니다. 그가 캐서린과의 관계 정리를 할 때에도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교단에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 때문이이었습니다. 책임감도 강해서, 그는 암 선고를 받고서도 논문지도를 해오던 학생들에게 남길 메모를 일일이 작성하는 세심함과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는 죽기직전까지도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책임을 다해내는 교수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책임감 있는 마지막의 모습에도 왠지 '사랑'이라는 따뜻함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사후에도 그의 존재를 기억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7. 아내 이디스의 마음
왜 그렇게 아내 이디스는 남편 스토너를 그렇게 궁지로 몰아넣는가?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스토너의 지나친 배려로 가장한 무관심이, 오히려 이디스를 더 멀어지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화를 내고, 불평을 하고, 말다툼을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디스는 어쩌면 스토너에게 연구뿐만이 아니라 아내인 자신에게도 열정을 보여주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을까요? 그래서 그렇게 오래 떠나있어도 보고, 스타일을 바꾸어도 보고, 새로운 일을 해보면서 어쩌면 스토너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물어봐주고 대화해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토너는 크게 상관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점점 멀어집니다.
8. 캐서린에게 빠진 스토너
그런 스토너는 캐서린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는데, 그 이유도 어쩌면 캐서린의 보고서가 너무 멋졌고 자신의 기대보다 뛰어난 학문적인 관점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9. 죽기직전의 스토너는
'넌 무엇을 기대했나?'자문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쓴 책을 마지막으로 손에 들고서 숨을 거둡니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을 읽히지도 않을 연구서적이지만,
그 자신의 일부가 그 속에 있다고 믿고요. 스토너가 숨을 거두며 손에 들었던 책을 툭- 떨어뜨리며 소설은 끝이 납니다.
10. 스토너stoner라는 이름조차
차가운 돌이 떠오르는 이름인것은
생명력없이 차갑고 무디게 살아온 스토너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부여하는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이 마지막에 돌아봤을때
돌조각처럼 차갑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쓴게 아닐까요?
온기 한 점 없는 돌조각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생의 마지막에 따스함이 없는 인생이 되지 않도록,
가족에게 무관심하지 말고,
직장에서도 책임감만으로 일하지 말고, 사랑을 더하여 학생들을 대하고,
화가 나고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고
고민이 있으면 가족들과 친구들과도 상의를 하고,
그렇게 가슴에 온기가 있는 삶을 살아보는게 어때?라고 말하는것 같습니다.
11. 그런데,
그렇게 온기를 품고 사는게 너무나 힘든 시대인것 같습니다.
가족을 만들기보다는 혼자 살고 싶고
직장에서는 책임감만으로도 충분히 버겁고
화가나도 부당한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개선되는것은 없고
고민을 털어놓아도 해결은 되지 않기에
점점 마음을 닫고 스톤처럼 단단하고 차가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하루하루 속에서 본인이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시간이 흘러 죽음이 눈 앞에 왔을때
난 무엇을 기대했나?
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왔나?하는 생각이 들것 같으면,,,
지금의 삶에 따스함 한스푼을 넣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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